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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입니다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by 옥토쌤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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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입니다
초보노인입니다

 

초보 노인입니다 도서의 책소개로 10회 브런치북 수상작인 김순옥 에세이. 이제 막 노년기에 진입한 60대 저자의 솔직한 수기이자 노년기에 대한 섬세한 관찰기다. 에세이의 배경은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지, 실버아파트다. 입주민의 평균 나이가 80대인 실버아파트는 은퇴 후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그저 가격이 싼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실버아파트에 입주했던 저자는 스스로 아직 노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초보 노인입니다 도서의 책소개

“나이가 숫자 60이라는 것과 노인이라는 자각은 별개의 문제였다. 나는 실버아파트에서 초보 실버인 나의 실체를 만난 것이다. 생각과 실체의 간극이 크니 혼란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노년의 현실을 마주한 혼란 속에서 저자는 실버아파트의 노인들과 함께 먹고 산책하고 대화하며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 우리들 대부분이 마주할 미래이지만, 관찰한다고 해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노년기의 선행 학습이다.

10회 브런치북에 응모된 8150여 편의 작품 중, ‘늙음’을 마주한 이의 푸념이자 관찰 기록인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단연 새로운 매력을 보여 준다. 가능한 먼 미래로 미뤄 두고 싶은 노년의 삶을 조금 일찍 마주쳐 버린 이의 솔직한 토로는 천만 실버 시대에 필요하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이야기다.

입주민이자 관찰자로서 그려 내는 실버아파트의 풍경과 평온하고도 다이내믹한 노인들의 면면은 예상을 벗어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버아파트의 이야기에 ‘초보 노인’이 겪는 낯섦과 두려움, 자조와 긍지의 이야기가 더해져 완성된 『초보 노인입니다』는 비슷한 혼란을 품고 노년기에 들어선 ‘젊은 노인’들 그리고 언젠가 지나게 될 인생 3막의 여정이 궁금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저자소개 김순옥

1957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나 2006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1여 1남을 두었고, 은퇴 후 남편과 함께 늙어 가고  있다. 최근작 : <초보 노인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노인으로 입문한 나의 푸념이며 관찰 기록이다. 관찰한다고 해서 좀처럼 익숙해지지는 않는 인생 마지막 여정의 시작이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죽음 전에 지나야 할 실버기는 어떤 생애 주기보다 길다. 그 긴 시간을 견뎌 내는 일에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고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이 글쓰기였다는 것을 이제 깨닫는다.


실버들, 특히 초보 실버기에 들어선 이들이 나처럼 당황하지 않길. 끝까지 담담하며 당당하기를.

 

 발췌문


실버아파트는 다른 세계였다.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냥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산다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예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덜컥 실버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좌충우돌, 고군분투의 삶은 시작되었다. 매우 조용히.


“아유, 한창인데 여길 빨리 들어오셨네. 이제 60이나 되셨나?”
자세가 상당히 곧고 옅은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할머니는 8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펌을 한 은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밝은 핑크빛의 두피가 살짝살짝 드러났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60은 넘었고요. 할머니 정말 고우시네요.”
옆으로 비켜 앉으며 할머니의 손을 보니 손톱마다 고운 색깔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퀴어퍼레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선명한 무지갯빛 색깔들이었다. 대단하시다! 감탄하는데 할머니에게서는 고급스러운 향기까지 은은하게 났다. 무슨 섬유 유연제를 쓰시나 궁금했지만 내가 묻기 전에 할머니가 먼저 시작했다.

“지금이 제일 고울 때야. 젊은 사람이 멋 좀 내고 다녀요. 이렇게 이쁠 때는 금방 지나가거든. 알았죠?”

 

이 모임에서 죽음이 주제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멤버들 나이가 평균 60이 되면서부터 죽음은 좀 더 가깝고 평범해졌다. 그동안 부모나 시부모, 가끔은 친구들의 죽음도 겪었지만 아직 멤버들이나 그들의 배우자가 죽음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와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죽음까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그때였다. 앞자리의 남자가 부스럭거리며 일어섰다. 내리려나 보다 하고 옆으로 비켜 서는데 남자가 내 소매를 끌어당겼다.
“여기 앉으세요.” 잡아끄는 힘이 예사롭지 않게 강했다. 나는 힘에 끌려 자리에 앉혀졌다.

“아니, 왜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내리려면 곱게 내리지 뭘 굳이 날 끌어당겨 앉히느냐는 뜻이었다.

‘아는 사람인가?’ 몰래 얼굴을 살폈지만 생면부지의 40대 남자였고 그는 분명히 내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었다. 버스고 지하철이고 자리를 양보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내가 자리를 양보했던 경우를 생각했다. 모든 경우의 수에서 지금 내게 해당되는 항목은 한 가지였다.


갈색 머리를 뒤로 묶은 오동통한 몸매의 공인중개사는 첫느낌이 매우 부드러웠다. 남편은 이 공인중개사를 택하길다행이라고 했다. 집을 구하러 왔는지 공인중개사를 만나러왔는지 헷갈리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계약서에 도장을찍고 싶어 하는 남편과 달리 계속 망설이는 내가 신경 쓰였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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