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도서의 책소개로 저자 시몽 위로가 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며 그린 그래픽노블. 원제 《L’Oasis(오아시스)》가 나타내듯, 이는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원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꽃과 식물들이 깔끔하게 관리된 조용하고 인위적인 풍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정원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도서의 책소개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끼던 저자는 어느 날 직접 자기 손으로 작은 공간에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직감만 믿고 별다른 준비 없이 일단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사한 직후부터 정원을 가꾸어나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땀 흘리는 노동 현장으로서의 정원을 체험하게 한다.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된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서 발견한 식물들,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다 심는다.
작은 식물뿐 아니라 나무나 돌과도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저자는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이 욕조 연못에 올라갈 계단을 만들기도 하고, 공간을 꾸미는 구조물로 놓아두기도 한다.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 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장작더미는 파충류의 보금자리가 되고, 쌓아둔 나뭇가지에는 두꺼비와 고슴도치가 와서 쉰다. 하지만 늘 환영할 만한 손님들만 오는 건 아니다. 말벌이 나무에 집을 지었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정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한다면? 고양이가 자꾸 새를 잡아 해친다면? 발로 뛰며 몸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가 자연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이책과 그림은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식물과 동물을 접하는 주된 매체가 되었다.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도감, 식물 세밀화, 동물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인간이 아닌 생물을 만나 알아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노블인 이 책은 식물과 동물을 그리는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밀하게 묘사되지만 뚜렷한 테두리선, 만화적 과장과 단순화, 비인간종과 비언어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에 대한 묘사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정원의 주된 손님이라 할 수 있는 곤충 약 백 종은 저자 특유의 세밀화로 묘사되고 학명까지 기입되어 있어, 이 책을 아름다운 곤충 도감으로 보아도 될 정도이다. 이 이야기는 정원을 가꾸는 서사에 따라 전개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은 생명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페이지에 시청각적으로 묘사해둔다.
저자소개 시몽 위로 (Simon Hureau)
1977년에 태어났다. 프랑스 캉의 예술학교, 스트라스부르 장식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2001년에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2012년에 《이상한 침입자》로 프랑스 국영철도사 SNCF에서 수여하는 추리물 상을 수상했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2020년 블루아 페스티벌에서 상트르발
드아르 상을 받은 작품이다.
최근작 :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캄캄한 밤에>
발췌문
정원에서 우리는 대화한다. 이 생기 가득한 대화에서는 어떤 언어 하나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생명과—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든—관계를 맺을 힘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서의 교류는 모든 이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한시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나는 만약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왜가리나 지나가던 뱀이 우리를 위해 상황을 정돈해줄 거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 정원이라는 나의 영역, 그리고 스스로를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이 정원에 초대하는 야생의 불확실한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이 경이로운 스며듦의 공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행동가로서의 자리가 좋다.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발이 두 개든지, 여섯 개든지, 여덟 개 혹은 그 이상이든지 아니면 아예 없든지, 깃털이 있든지 없든지, 털로 덮였든지 안 덮였든지 모든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이 정원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소망한다. 내 집 같은 공간에서 무탈히 지내는 것.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 위 작은 한구석에서, 삶은 괜찮게 굴러간다.
저녁 어스름에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매미를 발견하는 것, 보도블록 옆 민들레 한 송이를 알아채고 미소 짓는 것, 까치만큼이나 흔히 보이는 회갈색의 시끄러운 새가 직박구리였음을 배우고 뜨거운 길바닥에 나앉은 지렁이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선물 받은 골칫덩어리 화분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키워보는 것. 이 모든 작은 기적의 순간들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생명으로 가득함을 깨닫는다. 이런 자그마한 우연이 차곡차곡 모여 필연이 될 때, 불신이 확신이 될 때, 우리가 사실 이 자그맣고 혼잡하며 더럽고 경이로운 지구라는 행성의 정원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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